일상의 잡념/볼거리2013. 9. 25. 22:58



그 여자는 오늘 오래 끼고 있던 반지를 뺐다. 





추억 -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 함 또는 그 생각 





오래전,

봄 햇살이 좋던 날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작은 반지 가게로 데리고 갔다.

손으로 세공을 해서 만든 반지는

남자가 직접 디자인을 부탁한 것이라 했다. 

단정한 반지는 남자의 정갈한 성품과 닮아 있었다. 


안쪽에 서로의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를 건네며

남자는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번 낀 결혼 반지를 평생 빼지 않아

결국은 손에서 빠지지 않게 된 이야기.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는 동안 손가락 마디가 굵어져

결국 빠지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리울 때

할머니는 손가락 위의 가락지를 돌리면서

'이 반지는 나와 무덤까지 함께 하겠구나.'

슬픈 듯 행복한 듯 웃으셨다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며 남자는 여자에게 말했다.

"내게 사랑이란 '오래가는 약속' 이에요.

우리도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함께 늙어가요."

남자의 그 말이 좋아서 여자 또한 사랑이 힘든 날이면 

손가락 위의 반지를 돌리며 견뎌내곤 했다. 


이별을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말했다. 



"당신의 사랑은 이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었나요?

오래 가는 약속이라 하지 않았나요?"

'진심'이었다고 답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말했다.

"순간의 진심이었겠지."

오래가겠다던 약속은 어쩌다가 순간의 진심이 되었을 까.

슬프고 화가 나기도 하는 일이었으나

'이별 까지도 사랑' 이라는 말이 기억나서

여자는 조용히 남자를 보냈다. 



' 마지막까지 함께할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저 거기까지만 아쉬워하기로 하고 여자는 생각을 정리했다.

어쩌면 이것은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 말이다.


그러자 '순간의 진심' 까지도 고맙게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SCENE 3 (헤어지고)


'이별을 극복하는 소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요령들' 중 에서 




Posted by AJ AndonJohnKwak

댓글을 달아 주세요